"세계적 건강식품 김치의 종주국
김치맛 지키는 냉장고의 발명도
문화유산 지키기 노력으로 볼수도"
11월에서 12월에 이르는 겨울의 초입은 1년 먹을 김치를 담그고 저장할 준비를 하는 중요한 시기 김장철이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래왔다. 필자의 가정에서도 지난 주말에 김장을 했는데, 노모의 지휘하에 우리 부부가 열심히 손발을 움직였다.
이제는 생배추를 집에서 절이는 것이 곤란해 절인 배추를 구입해 사용했다.
절인 배추에다 미리 준비해 둔 각종 재료를 넣은 양념을 버무린 후 배춧속에 넣고 이를 김치통에 차곡차곡 넣어 완성하게 된다.
앞으로도 이런 김장 문화가 이어질지 알 수 없고 우리나라에서 김치 수요가 예전만 못한 것도 사실이다.
다만 전 세계적으로는 김치를 대하는 태도가 조금 다르다. 김치가 건강식품으로서의 유명세를 타자 주변국이 파오차이나 기무치를 가지고 종주국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다만 이미 2001년부터 유엔 국제식량농업기구(FAO) 산하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코덱스)는 한국의 김치를 국제표준으로 인정해오고 있다.
즉 K-푸드의 대표주자로서 김치는 건강식품으로 오롯이 인정받고 있다.
지금과 같은 고춧가루가 든 매운 배추김치는 생각보다 역사가 그리 길지는 않다고 하는데, 우리 민족의 저장 채소 음식의 기원은 훨씬 전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한국에서의 김장’은 2013년 유네스코의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종래부터 김치는 독에 넣어 땅속에 파묻어 보관했고 냉장고가 보편화된 후에도 대량의 김치를 일반 냉장고에 장기간 넣어 둘 수는 없었다. 그래서 나온 것이 김치냉장고다.
만도기계가 1995년 11월에 선보인 ‘딤채’라는 상표를 단 생소한 물건, ‘김치냉장고’는 그야말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출시 첫해에 약 4000대, 이듬해에 약 2만 대를 팔았다고 하니 정말 새로운 패러다임을 연 것이라 하겠다. 특허정보검색사이트인 키프리스를 검색해 보면 1995년 8월에 ‘위니아 딤채 WINIA DIMCHE’라는 상표를 ‘전기냉장고’ 등을 지정상품으로 해 출원하고 그 후 등록을 받았다는 사실이 확인된다.
다만 키프리스 특허메뉴에서 ‘김치냉장고’를 검색해 보면 그 이전부터 출원기술이 확인되는데, 이로부터 ‘딤채’ 훨씬 이전부터 김치냉장고 개발을 누군가는 염원하고 있었던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제품으로 완성도를 높여 출시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인데, 비주류 기업이 틈새시장을 발견하고 새로운 시도를 한 것은 높이 평가받을 일이다.
이 ‘딤채’ 김치냉장고가 김치냉장고의 시초라고 통상 알려져 있는데, 놀랍게도 1984년에 이미 금성사에서 김치냉장고를 출시했다는 사실을 기록을 통해서 알 수 있었다.
당시 인기배우였던 이경진씨가 광고한 사진이 인상 깊다. 이어 대우전자도 같은 제품을 출시했다고 한다. 그런데 두 회사는 결론적으로 실패했다.
시대를 너무 앞서간 탓이거나 마케팅에 실패한 탓이거나 아마 둘 중의 하나이리라. 사람들은 시장에서 성공한 제품에 대해서만 ‘최초’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경향이 있다.
아이폰이 최초의 스마트폰이 아닌데도 스티브 잡스가 청바지에 검은 티셔츠를 입고 들고나온 아이폰을 많은 사람들은 스마트폰의 조상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초창기 ‘김치 보관 전용 각진 옹기’에 불과했던 김치냉장고도 점점 변신해 지금은 김치냉장고 본연의 기능보다는 더욱 다양한 음식의 보관을 위한 서브냉장고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김장을 할 때엔 양념통, 김치통을 들어 옮기는 일 같은 허드렛일만 하는 일꾼에 불과하지만, 먹을 때엔 필자도 까다로운 식객이 된다.
변함없는 것은 적어도 일주일 동안 김치를 안 먹고 버텨낸 적은 없다는 사실이다. 조상이 주신 음식에 감사하고 이를 꾸준히 지키고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김치냉장고의 발명도 일종의 문화유산 지키기의 일환이 아닐까. 흰 쌀밥에 김치 한 조각 얹어 먹으면서 김치에 관한 또 다른 혁신을 기대해 본다.
김지환 지킴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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